서른하나, 캐빈 승무원이 되다! (승무원 합격후기 )

(지금부터 이 카테고리는 예승이, 특히 나이로 고민하는 그들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쉼이 그리고 도전이 필요했던 그때, 나는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왜 말레이시아냐고? 그 당시 내가 알아보기로 물가는 비교적 저렴하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가 말레이시아였다. (중국어를 전공해서 중국어 구사 가능함) 정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말레이시아에 갔다.

 말레이시아, 무슬림(종교)베이스의 국가인지라 확실히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사람들의 생김새, 언어(말레이,영어), 음식, 기후 등 하루하루 타문화를 체험하고 배워갈때마다 내 자신이 얼마나 미천한 존재인지 깨닫고, 신기하고 그랬다.

 그러던 중, 숙소 근처에 호텔이 하나 있었는데 그 호텔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한 버스를 보았다. 대형버스였는데 겉면이 에미레이츠(Emirates)항공 광고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버스안에 그 항공사 크루들이 유니폼을입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에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거다. ' 저 크루들은 이 호텔에 스테이하러 왔구나? 비행이 끝나고 온건가? 얼마나 행복할까?' 온갖 생각이 들었다......그 순간, 예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둔 승무원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난 내 비자 유효기간...... 이제 조금 있으면 유효기간이 만료되기에 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아쉬웠다. 그렇게 그냥 돌아가기 전에 뭔가 해보고 싶었는데......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옆나라인 싱가포르여행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싱가포르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한 항공사 인터뷰! '어? 시기가 딱 겹치네? 나 이거 해봐도 되는걸까?'와 함께들었던 생각 'Why not?'

 

 

 

자격조건을 보아하니 외국인에게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았다. (보통 로컬위주로 한정하는 경우도 많음) "아, 이거다! 싱가포르 여행겸 인터뷰도 한번 시도해보고 오자!"가 퍼뜩하고 머리속을 지나친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싱가포르 여행이 이루어졌다. 솔직히 이번 싱가포르행은 여행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실은 인터뷰패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워낙 한국에서 특히, 항공업계에서는 나이제한이니 키제한이니 이런 제한들이 많아서 (물론 요즘은 제한이 많이 없어졌지만 내가 지원할때만해도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이미 30대인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SIN-KUL, Bye...싱가포르~ 널 또 볼 수 있을까?

 

드디어 오픈데이날, 무사히 싱가포르로 넘어와서 해당 호텔에 도착했고, 꽤 긴줄을 기다렸다가 CV(이력서)를 제출했다. 몇년이 지난일이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1차 통과!

그 다음으로 다시 줄을 서서 키를 측정했다. 기억으로는 그 당시 키제한 158cm 이었던 것 같다. 키도 통과!그 다음으로 번호대로 방에 들어가서 개인별로 Paper test를 치뤘다. 영어와 수학(산수에 가까움)시험이었다. 영어는 기본적인 문법과 작문이었고, 수학은 계산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환율계산, 확률계산, 시차계산 등 실제 승무원이되면 바로 쓸법한 그런 문제들이었다.

 

 

 

당시 계산문제는 나에겐 비교적 쉬웠지만, 영어는 애매한 것들이 좀 있어서(특히, 알맞는 전치사 넣기가 꽤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탈락할 줄 알았다. 드디어 채점이 끝나고 번호가 불러진다. 한참을 불러지는 수많은 번호속에 역시...내 번호는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아......나는 여기까진가 보구나......'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 이게 왠일? 면접관이 "미안하지만 지금 불린 번호들은 다음번에 함께하길 바랍니다."라고 하는게 아닌가? 멍했다. "뭐야? 나 통과된거야?"하고 순간 혼자 한국말이 툭 튀어나와버렸다! ㅎㅎ

그렇게 다음방으로 옮겨가서 주어진 팀미션! '주어진 팀끼리 선택한 그림카드를 보고 어떻게 기내세일즈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팀퍼포먼스를 보여라!' 당시 팀 대표가 선택한 카드는 우주선이었다. '도대체 이 우주선을 기내에서 뭘 어떻게 판매한다는거지?'하고 고민하는데 시간은 가고, 그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렇게 눈치보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애들아, 이거 우주선관련한 기내모형을 이 항공사에서 판매한다고 가정하고, 우리 역할극을 해보는게 어때? 내가 아이역할을 하고, 너희중 아빠, 엄마, 기내 승무원역할을 각각 맡아서 연기를 해보자. 어때?" 내 아이디어에 다들 적극 찬성하고 그제서야 진행속도가 빨라졌다.

 

 

 

드디어 우리차례가 왔고, 정말 순간 얼굴에 철판깔고 아이연기를 시작했다. 징징거리는 연기를 할때에는 영어도 썼다가 실감나는 상황을 위해 중국어를 쓰기도 했다.(싱가포르는 화교비중에 높아서 중국어쓰는 비율이 높다.) '기내에서 징징거리는 아이를 위해, 우주선모양과 해당항공사가 콜라보된 모형을 부모에게 소개하여 구매를 유도한다. 아이는 그 모형을 조립하고 가지고 놀면서 행복해하고, 부모도 안심하고, 항공사도 세일즈에 도움이 되어 1석 3조가 된다!' 뭐 이런 컨셉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조 모두 통과했다! 그리고 남은 Final! 파이널은 당일 저녁5시 호텔 고층에서 1대 2(면접관 2인)인터뷰였다. 원래 예상으론 1~2차에서 탈락하면 쿨하게 맘접고 싱가포르여행하고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는거였는데, 계획이 의도치않게 변경되었다.

 

드디어 5시가 되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번호가 불리길 기다렸다. 대기중에 한국인 지원자들이 꽤 많이 보여서 놀라웠다. 현지인들 뒤로하고 파이널까지 온 한국인이 꽤 많아서 다시 한번 한국인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 번호가 불리고 그렇게 분리된 룸으로 입장했다. 두 분의 여자 화교계 싱가포리언 면접관이 앉아있었다. 오래되서 어떤질문을 받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왜 싱가포르인지, 해외에서 일하면 향수병은 어떻게 대처할것인지, 기내방송문 읽기 등을 질문받았다. 특히, 내가 한국인인데 중국어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혹시 준비된 중국어 기내방송문 읽을 수 있는지도 질문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으로서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것이 막판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해당 항공사가 중국의 수많은 도시를 취항하기때문에 아무래도 중국손님들을 핸들해야할 경우가 정말 많다. 나중에 flight diary에도 포스팅하겠지만 중국손님들은 왠만하면 중국어를 사용해서 서비스해야 가장 효과적이기때문에 중국어 구사 여부는 크나큰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Crew tag을 달고 다닐 날을 상상해보기

 

그렇게 10분가량의 파이널인터뷰를 끝내고, 말레이시아로 돌아갔다. 한국에 돌아가기까지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어딘가를 가기위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중에 오는 메일 수신 알림음. 메일이야 워낙 스팸이 많아서 잘 확인안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그 메일수신이 확인하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메일을 여는 순간......

"Congratulations!"라고 크게 보이는 첫 머리말!!

뭐야? 왜? 뭘 축하해?하고 눈크게 뜨고 보니, OMG...... 그 항공사의 일원이 된 것을 축하한단다......

그 횡단보도앞에서, 그 땡볕에, 옆에 사람들도 있었는데 "악! 말도 안돼! 진짜?"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쳐버렸다. ㅎㅎ 세상에...... 이럴 수도 있구나......그렇게 나는 서둘러 말레이시아생활을 정리하게 되었고, 싱가포르 외노자생활을 준비하게 되었다!

 

주니어시절, 간만에 싱가포르 생활을 만끽하던 중

 

그때 내 나이 서른하나,

많은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기회라는 것은 정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구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구나...(실제로 해외생활하면서 우리나라만큼 나이따지는데가 없음) 등등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 이 될지 행복 끝, 고생 시작이 될지 모르지만......

"잘 부탁해!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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